밀란 쿤데라는 그의 저서『웃음과 망각의 책(The Book of Laughter and Forgetting)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권력에 대한 인간의 투쟁은 망각에 대한 기억의 투쟁이다."
한때 나는 기억에 대한 망각의 투쟁을 벌인 적이 있다.
아무것도 기억하고 싶지 않았다.
잊고 싶은 것만 잊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그래서 모든 것을 잊기로 했다.
망각하고 싶은 내 강렬한 몸부림은 결국 건망증으로 이어졌다.
그렇게 나는 모든 것을 잊었다.
어느 날, 바람이 불었다.
그 바람은 잊고 있었던 기억들을 한꺼번에 불러왔다.
모든 것은 내 안에 있었다.
왜 나는 바람을 맞을 때 살아있음을 느낄까?
나는 바람을 좋아한다.
그늘에 앉아 시원한 바람을 맞고 있을때, 나는 내가 살아 있음을 느낀다.
새벽녁, 한낮, 해가 진 저녁 무렵에도 잔잔하게 나를 스쳐 지나가는 바람이 불 때, 살아있는 나를 느낀다.
왜 나는 바람을 맞을 때 살아있음을 느낄까?

양(陽)과 음(陰)의 만남과 이동
바람은 결코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 반드시 서로 다른 두 기운이 만날 때 발생한다.
양의 기운(열기/고기압) : 뜨거운 공기는 가볍고 위로 솟구치며 팽창하려 한다.
음의 기운(냉기/저기압) : 차가운 공기는 무겁고 아래로 가라 앉으며 수렴하려 한다.
바람은 따뜻한 곳과 차가운 곳 사이에서 생긴 기압차로 인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공기가 이동하며 생겨난다.
즉, 바람은 음양의 불균형을 해결하여 다시 조화(태극)를 찾으려는 자연의 순환 활동이다.
음양적 속성: 보이지 않는 힘(陰)과 움직이는 현상(陽)
바람은 그 본질과 현상이 음양으로 나뉜다.
바람이 불 때의 나뭇잎의 흔들림, 소리, 촉감은 외부로 표출되는 동적인 현상이다.
이는 에너지가 밖으로 분출되는 양의 모습이다.
하지만 그 바람을 일으키는 '기압 차'라는 본질은 눈에 보이지 않는 잠재적 에너지이다.
동양철학에서는 "보이지 않는 것이 음이고, 보이는 것이 양이다"라고 한다.
바람은 눈에 보이지 않는 음적인 에너지의 근원이, 눈에 보이는 양적인 현상으로 나타나는 과정이다.

음양소장(陰陽消長)의 순환
"음양소장(陰陽消長)의 원리란,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으며 모든 것은 끊임없이 변화한다는 자연의 섭리이다."
계절의 변화를 보면 바람의 음양적 성질이 명확해진다.
봄바람(生): 꽁꽁 얼었던 음의 기운을 밀어내고, 따뜻한 양의 기운을 불러오는 '양의 시작'이다.
가을바람(殺): 뜨거웠던 여름의 양기를 거두어들이고, 서늘한 음의 기운을 다지는 '음의 수렴'이다.
이처럼 바람은 음의 계절에서 양의 계절로, 다시 양의 계절에서 음의 계절로 넘어가는 통로 역할을 한다.
옛날 사람들은 '바람이 기운을 운반한다(풍운, 風運)'라고 표현했다.
바람은 고여 있는 것을 싫어하고, 정체된 것을 움직여 순환시킨다.
끊임없이 음과 양의 균형을 맞추며 생명력을 유지하는 '우주의 호흡'인 것이다.
나는 가만히 앉아있지만,
불어오는 바람이 나를 스쳐 갈 때, 나의 내면을 자극하고 깨운다.
바람으로 인해 깊은 심연에 가라앉아 있던 기억들이 파편처럼 떠오른다.
그렇게 나는 오늘을 살아간다.

'사주 한땀 (사주를 읽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사주명리 기초 - 우리 삶을 움직이는 거대한 에너지, 음양(陰陽)의 조화 (0) | 2026.06.30 |
|---|---|
| 사주 공부의 시작, 내 사주 보는 법 - 만세력 보는 법 (0) | 2026.06.18 |